외식하기가 두렵다. 외식물가가 급등하고 있어서다.
4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외식물가 상승률은 4.8%로 2011년 9월 이후 10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재료 값 상승에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독과점으로 대표되는 유통구조 왜곡과 임대료 등 운영비용이 큰 폭으로 늘어난 탓이다. 상승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정부는 외식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농·축산물 등 원재료가 인상을 지목했다. 정부 말 대로라면 지난해 폭등에 따른 기저효과 등으로 농·축산물 가격이 안정되면 외식물가가 내려야 하지만 그 가능성은 거의 없다. 농·축산물 가격이 안정돼도 외식물가가 내린 적은 없다.
기존의 추세를 볼 때, 농·축산물 가격이 오르면 외식물가도 따라 올랐다. 축산물 물가 상승률이 10.5~16.5%였던 1988~1991년 외식물가 상승률도 9.9~19.8%에 달했다. 농산물 물가가 31.5% 급등했던 1994년에는 외식물가 상승률이 전년 5.5%에서 6.8%로 커졌다. 하지만, 농·축산물 가격이 내린다고 외식물가가 떨어지진 않았다. 2008년 농산물 물가는 5.4% 내렸지만, 외식물가는 1999년 이후 최고치(4.8% 상승)를 기록했다. 외식물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외환위기 여파로 전반적인 내수소비가 얼어붙었던 1999년(-0.9%)뿐이다.
1986년부터 지난해까지 품목별 물가 상승률 간 관계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농산물 가격은 외식물가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축산물 물가는 외식물가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지만, 영향력은 미미했다.
반면, 외식물가 상승요인은 널려있다. 조사품목 중 외식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품목은 가공식품으로 4월 이후 단계적 전기·가스요금 인상과 최저임금 상승 등으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물가 조사품목에 포함되지 않는 쿠팡이츠 등 배달앱 주문중개수수료와 배달료 등도 줄줄이 오르고 있다. 방역 안정에 따른 수요 확대, 착한 임대인 세액공제 종료(12월)에 따른 임대료 인상 등도 외식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상황을 종합해보면 외식물가 상승 폭은 당분간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통계에 반영되지 않는 유통·생산자 마진이 높아지고 있고, 여기에는 독과점이나 과점 형태의 유통구조 왜곡도 있다고 본다”며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안정되면 수요가 늘어나면서 추가로 외식물가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