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통화정책을 관할하는 주요 기관장들이 올해 가계부채의 선제 관리를 통한 ‘금융안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4일 범금융권 신년사를 통해 “금융완화조치의 정상화 과정에서 과도한 레버리지와 업황 부진에 직면해 있는 일부 가계 및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신용위험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라며 “대외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이러한 내부 취약 요인은 금융시스템의 약한 고리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더욱 예의주시하면서 잠재적 위험에 대비해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역시 이날 신년사를 통해 “코로나19 위기, 글로벌 긴축 전환 등 시장리스크와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라며 “물샐틈없는 금융안정 체계를 유지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고 위원장은 “가계부채 관리강화를 일관되게 추진하면서, 서민·취약계층에 대한 보호조치도 병행하겠다”라며 “단기자금시장 안정성, 비은행권 위기대응여력 등을 면밀히 점검하고 취약요인을 보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또한 올해 ‘잠재리스크에 대한 선제적 감독’에 가장 역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정 원장은 “국내 금융회사의 건전성과 시장의 복원력은 양호한 편”이라면서도 “그러나 잠재된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그 영향은 광범위하며 상흔효과(scarring effects)가 지속될 수 있어 선제적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 원장은 “금융회사 건전성 감독제도 선진화와 상시감시체계 고도화를 추진하는 한편,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와 비은행권의 시스템리스크 유발요인 점검 등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홍남기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금융권의 리스크 관리를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그는 “가계부채·유동성 등 리스크 요인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며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 관리 목표(4~5%대)와 질적 건전성 제고를 위한 분할상환 확대 등의 노력들이 현장에서 확실히 이행될 수 있도록 꼼꼼히 챙겨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도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금융권과 함께 노력하면서 저소득층의 실수요 자금은 차질없이 공급되도록 충분한 한도를 부여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주요 기관장들은 부채 위험 관리 과정에서 ‘포용금융’이 동반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고 위원장은 “10조 원 규모의 정책서민금융을 공급하는 등 취약차주에 대한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겠다”라며 “청년층의 자산형성·관리를 지원하고, 금융시스템을 소비자 친화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 역시 “금융의 포용적 역할이 아직 중요하고 지속될 필요가 있다”라며 “코로나의 상흔을 치유하고 완전한 경제 정상화를 이룰 때까지 서민·취약계층의 유동성 애로를 해소해주고 다시 일어서고 재도약할 때까지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금융권에서도 중저신용자를 위한 중금리 대출 확대, 금리인하 요구권 활성화, 취약계층을 위한 채무조정, 재기지원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 주시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한편, 은행연합회 등 6개 금융협회는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극 동참하는 차원에서 '2022년 범금융 신년인사회'를 개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신 주요 금융 관련 기관장의 범금융권 신년사를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