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고객 감동이 기업 경쟁력이다

입력 2021-12-2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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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LG전자 서비스센터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건조기를 업그레이드해 준다는 얘기였다. 건조기를 사용하면서 불편하거나 고장이 난 적도 없었지만, 그냥 해준다는 말에 시간 약속을 잡았다.

약속 당일 방문한 서비스센터 기사분은 건조기 업그레이드 작업을 마친 후, 추가된 통살균과 콘덴서 세척 기능 사용법을 친절하게 설명한 후 돌아갔다. 먼지 필터와 환기용 도어클립, 그리고 건조할 때 넣는 필름까지 챙겨줬다.

2017년 LG전자에서 처음 건조기나 나온 후 구매해서 잘 쓰고 있었는데, 4년 만에 공짜로 새 제품을 받은 느낌이었다.

이번 건조기 무상 업그레이드에 대해 좀 더 알아보니, 2019년 한국소비자원의 시정 권고 연장 선상이었다.

일부 LG전자 의류건조기 콘덴서에 먼지 쌓임 현상이 신고되면서, 소비자원은 2019년 8월 LG전자에 시정계획을 마련하고 기존 판매 제품에 대한 무상수리 등 조처를 할 것을 권고했다.

당시 LG전자는 결함이나 위해성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고객에 대한 진정성 있는 책임을 끝까지 다하겠다고 밝혔다. 고객들이 요청하면 제공하던 서비스에서 '찾아가는 무상 서비스'로 확대했다.

지난해 업그레이드 서비스와 먼지필터 추가 제공 중 원하는 것을 선택하라는 연락을 받고, 먼지필터를 받았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는 업그레이드까지 무상으로 완료하게 됐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취임 후 4년 연속 신년사를 통해 ‘고객’을 외쳤다. 2019년 ‘LG만의 고객 가치’를 ‘고객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감동을 주는 것’, ‘남보다 앞서 주는 것’, ‘한두 차례가 아닌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 등 세 가지로 고객 경영을 정의했다.

이듬해에는 고객 가치 실천의 출발점으로 고객 페인 포인트(고객이 불편함을 느끼는 지점)에 집중할 것을 당부했고, 올해는 초세분화(마이크로세그멘테이션)를 통해 고객을 더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 집중할 것을 강조했다.

2022년에는 “가치 있는 고객 경험에 우리가 더 나아갈 방향이 있습니다”라며 이를 위해 일하는 방식을 혁신해 나갈 것을 당부했다.

실제로 LG전자는 최근 조직개편에서 고객경험 고도화를 위해 CS(고객서비스)경영센터를 고객가치혁신부문으로 승격했다. 또 고객경험 기반의 신사업과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H&A사업본부와 HE사업본부 산하 고객경험혁신실을 고객경험혁신담당으로 격상했다.

삼성전자 역시 최근 '고객 경험' 강화에 초점을 맞춘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기존 소비자가전(CE)과 IT·모바일(IM) 부문을 통합하고 해당 부문의 명칭을 ‘DX(Device eXperience) 부문’으로 정했다. DX 부문 내 무선사업부 명칭도 ‘MX((Mobile Experience)) 사업부’로 변경했다.

이와 함께 CX·MDE센터를 신설했는데, 고객 경험(CX))과 멀티 디바이스 경험(MDE)이라는 개념을 합쳐 꾸린 조직이다. 삼성전자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들이 '삼성 생태계' 안에서 편리한 경험을 하게끔 해준다는 의미다.

기업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고객'이 있기 때문이다. 혁신 제품을 끊임없이 내놓고, 고객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도 '고객'에게 선택받기 위해서다.

충성 고객을 만들고, 그들에게 꾸준히 감동을 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치열한 글로벌 경영 환경 변화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게 해 주는 기업 경영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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