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회 대산문학상에 최은영·김언·차근호·최돈미

입력 2021-11-03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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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회 대산문학상 수상자들. 왼쪽부터 시인 김언, 소설가 최은영, 극작가 차근호. (사진=대산문화재단)
▲제29회 대산문학상 수상자들. 왼쪽부터 시인 김언, 소설가 최은영, 극작가 차근호. (사진=대산문화재단)
최은영(소설), 김언(시), 차근호(희곡), 최돈미(번역)가 올해 대산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대산문화재단은 3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제29회 대산문학상' 기자간담회를 열고 수상작을 발표했다. 대산문학상은 1993년부터 해마다 시, 소설, 희곡, 평론, 번역 5개 부문을 시상하고 있다. 올해 뽑힌 4개 부문 수상자는 각각 5000만 원씩 상금을 받는다. 국내 최대 규모 문학상이다.

시 부문에선 김언의 시집 '백지에게'가 뽑혔다. 시 '백지에게'는 '쓰다'라는 자의식 아래 슬픔과 죽음을 넘어서는 아스라한 목소리를 김언 스타일로 단단하게 들려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소설 부문에는 최은영 장편 '밝은 밤'이 선정됐다. 심사위원들은 소설 '밝은 밤'이 여성 4대의 일대기를 통해 공적 영역에서 배제돼 온 여성의 역사가 장대하게 표현되고, 새로운 역사를 써나갈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희곡 '타자기 치는 남자'는 일상적 언어를 통해 억압과 권력의 폐해를 보여주고, 그 피해자의 영혼을 독자와 관객에게 환기한 점이 선정 이유가 됐다. 희곡과 평론은 수상작을 격년으로 시상한다. 올해는 희곡 차례다.

번역 부문 수상작인 최돈미 번역 시집 'Autobiography of Death(죽음의 자서전)'는 원작에서 나타나는 죽음의 목소리와 한국적 애도 과정을 가독성이 뛰어난 번역으로 영어권 독자들에게 전달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김언 시인은 이날 간담회에서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 잘해왔던 방식, 특장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을 다 내려놓고 백지에서 시작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를 썼다"며 "전에는 매 문장 누구의 시라는 게 낙인처럼 찍혀 있기를 바랐는데, 지금은 누가 썼는지 전혀 알 수 없는 문장을 쓰고 싶다는 생각으로 바꼈다"고 말했다.

최은영 작가는 "이 장편 소설을 쓰기 전 1년 정도 개인적으로 힘들어서 글을 못 쓰던 시기가 있었다"며 "내가 글을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많이 해봤다"고 고백했다.

이어 "1년간 초벌, 6개월 교정 등을 봤는데, 그동안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며 "어떤 사라의 삶도 생각만큼 작지 않으니 쉽게 생각하거나 쉽게 판단하지 말자는 말을 독자에게 전하고 싶다"고 했다.

차근호 작가는 "그간 수상 후보에 오른 적은 몇 번 있었는데 상을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대산 문학상은 극작가들이 가장 받고 싶어하는 상"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희곡이라는 장르가 문학과 연극 양쪽에 걸쳐 있어 가끔 자신의 정체성에 의구심을 가지는 게 극작가"라며 "대산문학상이 희곡 역시 문학의 일부이고 극작가도 문학인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줬다"고 했다.

독일에 머무르고 있는 최돈미 번역가는 서면으로 "'죽음의 자서전'은 김혜순 선생님의 가장 강렬하고 실험적인 시집 중 하나"라며 "두려움을 무릅쓰고 번역 작업을 했는데 대산문학상 번역상을 받게 돼 큰 영광"이라고 전했다.

제29회 대산문학상 시상식은 이달 29일 오후 4시 광화문 교보빌딩 23층 교보컨벤션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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