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 판국에 ‘문재인 케어’ 성과 자랑한 청와대

입력 2021-08-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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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4주년 성과보고대회’를 열었다. ‘문재인 케어’의 성과를 점검하고 향후 보장성 강화계획을 밝힌 자리다. 문재인 케어는 2017년 8월 발표된 정책으로, 국민 의료비 부담 경감과 보장률 확대,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의 급여화 등이 골자다.

문 대통령은 “작년말까지 3700만 명의 국민이 약 9조2000억 원의 가계의료비를 아낄 수 있었다”며 “문재인 케어가 국민들로부터 가장 좋은 평가를 받는 정책이 됐고, 우리 건강보험이 세계의 본보기가 되는 사회보험으로 성장했다”고 자평했다. 올해 4분기부터 갑상선 초음파 검사, 내년에 중증 심장질환과 치과 신경치료 등의 부담을 완화하겠다고도 밝혔다.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난임 시술, 중증 치매 환자 치료 등의 환자 부담을 줄인 성과를 발표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고가 시술 본인부담 완화, 저소득층과 중증 소아 및 노인 지원, 임플란트 급여 확대 등 보장성 강화 방향을 보고했다.

우리 건강보험이 국민 의료복지의 버팀목이 되어왔고, 또 문재인 케어로 환자 부담이 크게 줄어든 건 틀림없다. 보장성을 지속적으로 높여 병원비 걱정없는 나라를 만드는 건 당연히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그러나 보험 재정의 악화 또한 불가피하다. 건보 재정은 2017년말 누적 적립금이 20조 원에 이르렀으나, 최근 3년 연속 당기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2018년 -1778억 원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서 2019년 적자가 -2조8243억 원으로 급증했고, 작년은 -3531억 원이었다. 지난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민의 위생습관이 강화돼 독감 등 일반환자들이 대폭 감소했다. 그럼에도 앞으로 건보 재정의 급속한 고갈이 우려된다. 문 대통령은 “보장범위를 확대하면서 재정은 안정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건보의 지속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계속 국민들로부터 보험료를 더 걷어야 한다.

무엇보다 지금 코로나 사태가 최악의 위기로 치닫는 마당에 문재인 케어의 성과를 자랑하고 나설 일인지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다. 신규 확진자는 11일 역대 최다인 2223명을 기록한 데 이어 12일에도 1987명 늘었다. 전파력 강한 델타변이가 급속히 퍼지면서 4차 유행의 정점도 아직 오지 않았다. 확산세는 더 거세지고, 거리두기 4단계의 최고 강도 방역도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

백신접종은 계속 차질을 빚고 있다. 믿을 건 백신밖에 없는데, 정부의 백신정책 실패로 접종이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물량 확보가 제대로 안 돼 접종이 지연되고, ‘백신 돌려막기’와 1·2차 접종간격 연장 등 땜질 대응으로 국민 불안만 커지고 있다. 백신 확보에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백방으로 뛰어도 모자랄 판이다. 청와대의 무신경한 현실 인식이 정말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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