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에선 어느 회사 임원이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을까. 업계를 대표하는 '빅3(롯데쇼핑ㆍ신세계ㆍ현대백화점)' 가운데 현 시점까지는 신세계그룹(신세계ㆍ이마트) 임원이 '내가 제일 잘 나가'를 조용히 흥얼거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신세계의 미등기임원은 26명이다. 이들의 1인 평균 급여액은 1억3000만원이다. 전년 동기(1억2400만 원)과 비교하면 4.8% 오른 수치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신세계의 영업이익이 81.1% 줄어들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출 회복세로 돌아서는 추세인 데다 올해 1분기엔 '사상 최대'인 1236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이유 없는 급여 인상'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같은 기간 이마트 미등기임원(33명)은 회사로부터 평균 1억5900만 원의 급여를 수령해 전년(1억3500만 원)보다 17.7% 올랐다. 이마트의 호실적이 급여 인상을 뒷받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사 임직원은 상반기 성과급을 그 해 7월, 하반기 성과급을 이듬해 1월 수령한다. 지난해 거리두기에 따른 내식 수요 확대에 힘입어 이마트는 창사 이래 최초로 '매출 20조 원' 시대를 열어젖혔다.
반면 롯데쇼핑(백화점ㆍ할인점ㆍ슈퍼 등)과 현대백화점 임원은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가장 큰 폭으로 급여가 줄어든 곳은 현대백화점이었다. 올해 1분기 현대백화점 미등기임원 평균 급여가 6800만 원으로 전년(7600만 원) 대비 10% 이상 줄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4.5% 늘어난 6조8330억 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전년(2922억 원)보다 53.5% 줄어 1359억 원에 그친 만큼, 실적 부진에 따라 임원 평균 급여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 미등기임원(80명)의 1인 평균 급여액은 6900만 원이었다. 전년(7400만 원)과 비교하면 급여는 6.7% 줄었다. 이 회사의 지난해 영업이익 역시 전년 대비 20%가량 줄어든 바 있다.
다만 현대백화점은 경쟁사와의 직접적인 미등기임원 급여 비교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신세계그룹과 롯데쇼핑의 경우 그룹 오너 일가가 미등기임원에 포함돼 있어서다. 실제 신세계 미등기임원엔 정재은 명예회장과 이명희 회장, 정유경 총괄사장, 이마트엔 정용진 부회장, 롯데쇼핑 역시 신동빈 회장이 미등기임원에 올라있는 데 비해 정지선 회장과 정교선 부회장은 현대백화점 등기임원에 포함돼 있다.
코로나19가 휩쓸고 간 지난해, 특히 코로나19로 영업 직격탄을 맞은 오프라인 유통업 '빅3'는 임원에게도 '가혹한 한 해'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급여 감소뿐 아니라 연말에 '긴축' 기조의 인사 칼바람이 불면서 상당수가 회사를 떠났기 때문이다.
올해 3월 기준 '빅3(롯데쇼핑+현대백화점+신세계+이마트)' 업체에서 미등기임원으로 등록된 인원의 합은 180명이다. 이는 전년 동기(204명)에 비하면 10% 이상 줄어든 수치다. 이 업체들 임원 10명 중 1명이 1년 사이 회사를 떠났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