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도시철도역 주변 주택 재개발 구역에 규제 특례를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고밀도 개발을 통해 주택 공급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27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주 회의를 열고 역세권 민간 주택사업 활성화 제도를 재개발 구역에서 시행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역세권 활성화 사업의 용도지역 규제 완화 특례를 재개발 구역에 줘서 주택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서다.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는 지난 5월 역세권 활성화와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역세권 내 민간 주택사업지엔 조건부로 종(種) 상향을 해주겠다고 발표했다. 2종 일반주거지역은 3종 주거지역으로, 3종 일반주거지역과 준주거지역은 각각 준주거지역, 상업지역으로 바꿔주겠다는 뜻이다. 용도지역이 상향되면 용적률 상한도 올라가고 그만큼 주택 건설 사업성도 좋아진다. 역세권 범위도 승강장 반경 250m에서 350m로 늘렸다. 서울시 등은 대신 높아진 용적률로 늘어난 주택 공급량 절반 이상을 공공임대주택으로 내놔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종 상향 및 용적률 상향으로 주택 공급 확대 유도… 144곳 사업 후보지로
이날 회의에선 144개 구역이 사업 후보지로 올랐다. 도시정비형 재개발 사업지(도심 상업ㆍ공업지역을 정비해 도시 기능을 회복하는 사업)와 주택 재개발 사업지(노후 주거지역을 정비해 거주 환경을 개선하는 사업) 모두 후보군에 올려진 것이다. 서울시는 사업 조건과 주택 공급 효과 등을 두고 이들 후보군을 시뮬레이션하는 중이다.
지난 5월까지만 해도 주택 재개발 사업은 역세권 활성화 사업에서 주요 검토 대상이 아니었다. 당시 정책 초점은 도시정비형 재개발 사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번에 주택 재개발 사업이 규제 특례 대상으로 떠오른 건 주거지역과 가까운 역세권에서 고밀 개발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도시정비형 재개발 구역엔 주택 건설보다는 사무용ㆍ상업용 건설 사업이 주로 추진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동안 재개발 사업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재개발 사업을 활성화하는 방안으로 역세권 사업을 검토하게 됐다"고 말했다.
관가 안팎에선 용산역 일대(한강로ㆍ정비창 전면)나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마포로ㆍ신촌 등이 역세권 활성화 사업 유력 후보지가 될 것으로 본다. 교통 요지에 있으면서도 노후 건물이 많아 개발 수요가 높은 도심지다. 이 가운데 세운지구를 중심으로 한 종로와 을지로 일대는 박원순 전(前) 시장 당시에도 주거시설 고밀 개발을 검토했던 곳으로 알려졌다.
주택 재개발 지역으로는 노원구 상계동과 동대문구 이문동, 동작구 노량진동 등이 역세권 활성화 사업 적지(適地)로 꼽힌다. 역 주변에 재개발 초기 단계에 있는 구역이 많은 데다 옛 뉴타운 지역이어서 주택 공급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국토부와 서울시가 용도지역별 기준 용적률 상향을 검토하면서 역세권 활성화 사업의 매력은 이전보다 커졌다. 국토부 등은 현재 400%인 준주거지역 용적률 상한을 800%까지 올리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현재 서울 시내 3종 주거지역 용적률 상한이 250%인 것을 고려하면 용도지역이 상향되면 주택 공급량이 크게 늘 수 있다. 송파구 마천동 마천3구역 관계자는 "용적률을 높여준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며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 조합은 ‘임대주택’ 확대 의무에 멈칫
다만 임대주택 공급 확대 의무는 조합들이 역세권 활성화 사업을 꺼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서울시와 국토부는 공공 재개발 사업에서도 용적률 상향, 분양가상한제 유예를 미끼로 임대주택 공급량을 늘리려 하지만 대부분 조합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노량진1구역 조합 관계자는 "용적률이 높아진다고 해도 임대주택이 늘어나면 사업성이 떨어진다"며 "조합원 가운데 역세권 활성화 사업에 긍정적인 사람은 많지 않다'고 전했다.
김상일 서울연구원 도시정보실장은 "주택 공급도 역세권 활성화 사업의 중요한 기능이지만 그게 전부가 돼서는 안 된다"며 "지역 실정에 맞게 상권 활성화, 기반시설 마련 등 다양한 역세권 활용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